위내시경 대신 혈액검사로 위암 선별가능성은?

 

위내시경 부담? 피 한 방울로 위암 위험 선별하는 시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위암은 한국인에게 여전히 매우 중요한 건강 문제입니다. 다행히 국가암검진 제도 덕분에 40세 이상 성인은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며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하지만 이 훌륭한 제도에도 몇 가지 빈틈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존 위암 검진의 한계점과 새로운 선별 전략의 필요성

국가암검진의 가장 큰 축인 위내시경 검사는 위 점막을 직접 확인하며 병변을 찾아내는 가장 정확한 방법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젊은층 위암 증가세와 검진 사각지대

최근 들어 안타깝게도 40세 미만의 젊은층에서도 위암 발병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령대는 국가암검진 대상이 아니어서 정기적인 위내시경을 받기 어렵습니다. 물론 젊은층의 절대적인 위암 발병률은 40대 이상에 비해 낮은 편이기에, 전체 젊은층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확대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고려할 점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위암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에, 어떻게든 이들의 위험을 조기에 파악할 방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고령층의 신체적 부담 및 검진의 어려움

반대로 7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는 위내시경 검사 자체가 신체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검사 과정에서의 불편함은 물론, 수면 내시경 시 발생할 수 있는 진정 관련 문제, 기저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 등 여러 이유로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망설이거나 제한적으로만 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75세 이상부터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내시경 권고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존 검진 체계로는 젊은층과 고령층 모두에게 최적의 검진 기회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사람, 즉 위암 고위험군만을 효율적으로 가려내어 다음 단계의 정밀 검사(예: 내시경)로 연결하는 ‘선별 전략’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위암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연구 결과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보다 간편하면서도 위암의 전 단계나 조기 위암 위험을 효과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표되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위내시경 대신, 피 한 방울로 위암 고위험군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혈청 펩시노겐 키트’의 가능성에 주목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최용훈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선별 전략의 실마리를 ‘혈청 펩시노겐 키트(가스트로패널)’라는 혈액검사에서 찾았습니다. 위암은 대개 위 점막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손상되고 변화하는 과정, 특히 ‘위축성 위염’과 같은 전 단계를 거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위 점막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중요한 생체 지표인 ‘혈청 펩시노겐’ 수치와 위축성 위염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여부를 동시에 측정하는 혈청 펩시노겐 키트를 활용하여 위암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위 점막 건강을 반영하는 펩시노겐 수치와 헬리코박터균 감염

혈청 펩시노겐은 위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분해 효소의 전구체로, 크게 펩시노겐Ⅰ(PepsinogenⅠ, PGI)과 펩시노겐Ⅱ(PepsinogenⅡ, PGII)로 나뉩니다. PGI는 주로 위산 분비를 담당하는 위저부와 위체부의 주세포에서 분비되어 위 점막의 건강 상태를 비교적 잘 반영하며, PGII는 위 전체 점막에서 분비되어 위 점막의 염증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PGI 수치가 낮거나 PGI와 PGII의 비율(PGI/II)이 낮으면 위축성 위염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여기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여부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죠.


연구로 밝혀진 구체적인 위암 위험 예측 지표

김나영, 최용훈 교수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와 혈액검사를 동시에 받은 2200여 명의 환자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혈청 펩시노겐과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의 조합이 위암 위험 예측에 얼마나 유용한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했습니다.


PGI/II 비율 5.3 이하의 의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청 펩시노겐Ⅰ 수치를 펩시노겐Ⅱ 수치로 나눈 비율(PGI/II 비율)이 5.3 이하로 유의미하게 낮아진 경우, 위암의 전 단계 병변이라 할 수 있는 ‘위선종’과 ‘조기 위암’의 발병 위험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위축성 위염이 상당 부분 진행되어 위산 분비 능력이 저하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며, 이러한 상태가 위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결과입니다.


주목할 만한 ‘헬리코박터균 음성’의 역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점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의 해석입니다. 일반적으로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의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어 양성 판정이 위험 신호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PGI/II 비율이 5.3 이하로 낮은 환자 그룹 내에서도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음성’으로 나타난 경우에 주목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그룹에서 위선종 발병 위험은 일반인 대비 무려 3.36배, 위암 발병 위험은 2.25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언뜻 생각하기에 헬리코박터균이 없는데 왜 더 위험할까? 하고 의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현상)이 매우 심하게 진행되면, 헬리코박터균조차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 결국 사멸하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즉, 헬리코박터균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위 점막 손상이 매우 심각한 상태일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죠. 이는 기존의 해석과는 다른, 매우 중요한 임상적 의의를 가집니다.


혈액검사 기반 선별 전략의 미래와 기대 효과

이번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성과는 혈청 펩시노겐 검사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여부의 종합적인 해석이 위암 조기 선별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결과입니다. 특히 2025년 현재의 국가암검진 제도가 커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가검진의 보완 및 개인 맞춤형 검진 설계

김나영 교수팀은 최근 다른 연구를 통해 펩시노겐 II 수치와 헬리코박터 감염력의 조합으로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미만형 위암’의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 혈액검사를 활용한 위암 선별 전략은 단순히 위내시경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기존 국가검진 제도의 빈틈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개인의 특성과 위험도에 맞는 ‘개인 맞춤형 검진 전략’을 설계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나영 교수는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아직 국가검진 대상이 아닌 젊은층은 위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라고 지적하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에게 혈액검사 기반의 선별 전략이 실제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임상적 근거가 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소화기관과 간(Gut and Liver)’ 온라인판에 게재되어 학계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비침습적 검사를 통한 위암 위험 선별 방법이 더욱 발전하고 보편화된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위암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환자들에게는 검진 부담을 줄여주고, 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